드뎌 8년 외사랑의 마침표를 찍다.
신랑 될 분이 y양을 8년간 혼자 좋아했더랬다.
아 물론 혼자 좋아한 건 아니다. 그러니까 9년 전 마음이 통해서 서로 긴가 민가 하고 있던 차에
여자가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해 가면서, 그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둘은 헤어지게 되었다.
너 주려고 산 거니까 그냥 니가 받아서 버리든지 해.
남자는 여자의 손에 작은 실반지를 쥐어 주며 돌아 섰다.
그 뒤로 여자는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도 그 반지를 한 번도 뺀 적이 없더랬다.
물론 남자친구에겐 그냥 아무것도 아닌 반지라고 거짓말을 하고선.
그냥 아무렇지 않게 빼 버리고 싶지 않았더랬어. 이상하지. 그녀가 언젠가 내게 말했다.
남자는 아 그냥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구나, 하고 열심히 살았단다.
그렇게 몇 년을 연락없이 지내다가 y 가 혼자되고 나서 신기하게 다시 연락이 닿았다.
다시 설레는 만남이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남자가 조심스레 묻더란다.
... 우리... 이거 ... 저번이랑 같은 거 아니지...
여자는 잠시 빼 놓았던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럼. 아니야. 오빠. 나 실은 매일 이거 끼고 다녔는걸.
남자는 그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여자를 사귄 적이 없다고 했다.
나 진짜 그 말 안 믿었는데, 진짠거 같아.
나와 그녀가 추운 늦가을 어느 날인가 맥도날드에서 새벽 한시까지 수다꽃을 피우던 날
그녀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주변 친구들이 다 그러는 거 있지.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단 한 번의 외도도 없이, 8년을.
별로 마음이 안 가는데 굳이 재미로 연애하는거나... 사람 만나고 헤어지고 그냥 다 쓸데 없는 거 같았거든.
남자가 그러더란다.
남들이 들으면 미친 거 아닐까. 하겠지만
글쎄. 같은 여자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오빠. 그 때 그렇게 돌아서서 미안해.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넨 그녀의 사과에 남자는
...이제라도 왔잖아. 기다린 보람 있네.
이랬단다. 세상에. 짜증나! 무슨 영화찍는거냐 너네! 으아 닭살! 나는 있는 힘껏 오버하며 눈을 흘겼지만
그녀도 실은 내가 너무 부러워서, 그 두사람이 눈물겹게 보기 좋아서 그런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 정말 그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이런 게 정말 사랑받는 기분인거구나, 싶은 거 있지.
헤어져 줘서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말이 뭔지 알거 같아.
그런 커플들이 있다. 같이 있기만 해도 둘 사이는 물론이요 주위 십 미터는 족히 따뜻하게 만들
그런 공기가 스물스물 피어져 나오는. 이 두사람이 그러했다.
남자는 고된 일 끝에도 매일 밤 여자를 데리러 삼성동에서 분당 오리( 즉 용인과 맞닿은 곳) 까지 오셨더랬다.
우리는 매일 밤 열시 반만 되면 밖을 빼꼼 내다 보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왔네, 미스터 아우디.
물론 순탄하게 결혼에 골인한 건 아니다.
독실한 개신교 집안인 y의 집에서, 정확히는 그녀의 어머니가 천주교 집안의 아들을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며
반대를 하신 것,
하지만 어머니의 외로운 투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나중에 울 엄마가 그러는데, 오빠 처음 딱 보자마자 아 우리 집안 사람 될 남자구나, 싶더래.
그래서 그렇게 반대를 한 번 해 본거래. 웃기지.
그리하여 사랑하는 두 사람은 더욱 가까이 붙어 평생 사랑하기로 맹세를 하고 이제 한 몸이 되었으니
토요일 나와 예전에 같은 학원에서 일하던 샘들이 그 지고지순한 사랑의 해피엔딩을 보고 왔다는거.
새신랑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겉멋 없이 '착하'면서도 멋있을 수 있는 남자도 있구나.
성실하고 따뜻하고 책임감 넘치고 가정적인 능력있는 남자.
패키지네 패키지. 종합 선물 세트. 우리끼린 이렇게 농담을 하곤 했다.
시쳇말로 엣지 좀 없으면 어때.
좀 쿨하지 못하면 어때.
겉멋만 들어서 ㅈ도 없는 게 병신같이 잘난 척하는 것들 보단 낫지. (초큼 과격한 왕언니 왈)
결혼할 남자는 이래야 하는 구나. 막 이랬다 이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남자를 보는 기준을 조금 바꿔 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평생 서로 어깨를 빌려 주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 주며,
절대 엣지 없게 , 완전 촌스럽게
잘 사랑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요는,
난 이제 좀 촌스러운 사랑이 그립다는 거?

꼭 잡은 두 손 놓지 않길.

아
8월에 태어난 '홍삼이' 드디어 만나다. 스텔라 샘과 아들 홍삼군 라파엘.

아빠랑 붕어빵이군요. 쪼물쪼물 만져봤는데 몰랑몰랑했다. 아 닭살이야.
샘! 어떻게 애를 낳았대요! 존경해요. 했더니
응. 알곤 못 낳지. 나도 모르고 그냥 낳았어요. 하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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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하양군 2009/09/21 13:48 #
으악. 부러워라...! 행복하세요'ㅅ'ㅎㅎ
Scully 2009/09/21 14:56 #
그죠 ... 진짜 부러워요 ㅠ
2009/09/21 18:58 #
비공개 덧글입니다.
Scully 2009/09/22 17:30 #
네 ^^ 저도 이런 사랑을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