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ation evaluation 모노로그




1. 간만에 일 얘기 좀 할까.

인정할 건 인정한다. 그래도 웬만한 회사 보다는 학원이, 그 중에서도 영어 강사가 직업으로서는 괜찮다. 딱히 모든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은 아니지만 (뭐 어떤 사람들은 학원 강사 우습게 보는 이들도 있더라만.) 징징대는 것도 우습다. 강사 경력이 있을 경우엔 훗날 개인 사업으로서 학원 경영을 고려해 볼 수도 있고 전문 과외의 형태로 사업을 한다고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게 천차만별이고 개인적인 성취감에 따라서 직업의 순위가 매겨질 수 있는 것이나, 단순하게 계산해 현재 받는 시간당 받는 페이만을 따져봤을 때는 로펌 변호사 초봉이랑 비슷하다. (친구들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물론 로펌 변호사 초봉과 비교하는 건 무리이다. 안다. 일단 두 직업은 창출해 내는 부가가치나 나의 노동이 회사에 벌어다 주는 금액에 있어 확연히 차이가 있다. 게다가 시간당 페이가 높다는 건 봉급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게 아니라 주 당 내게 배정된 수업 시간이 로펌 변호사 이틀 일하는 시간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루에 9-10 시간 정도 일한다고 보면. 실은 더 할걸.) 이건 지금 일하고 있는 학원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한데 유학 준비반과 토플반을 위주로 하다보니 거의 private 수업인데 시간 당 charge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 학원과는 회비 구조가 다르다. 즉 싼 값에 대량으로 학생을 모아서 10명씩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거다.

암튼, 전반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불만이 없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일이기 때문에 새로 업무를 익혀야 한다든가 하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요령을 습득했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든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 질지는 모르겠으나 이 쪽으로 나가는 것도 괜찮다 싶다. 10 월 이후로 아예 진로가 확정되면 그 때는 죽자사자 덤벼 봐야지, 뭐.

가만. 내가 너무 인생을 만만하게 보는 건가?  



2. 쉬운 일은 없다.


그렇다. 모든 일은 어렵다. 어떤 분야건, 어떤 직종이건 그것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취미 생활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혹은 경력을 위한 밥벌이가 되는 순간 그 일은 힘들어 진다. 작업의 난이를 떠나서 때론 우리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갈시켜 버린다는 거다. 여름에 시험이 끝난 직후 모 기업에 취직을 했었다. 새로운 분야라 재미있어 보이는데 아르바이트로 잠깐 해 볼까나? 하고 생각없이 덤빈 일이었는데 이틀 동안 토나오게 교육 받고 실전에 들어간지 5시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 일이 뭐였냐면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였다. 회사에서 주는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해서 전화를 건다음 한글도메인 선점권에 대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거다. 실은 그런 건지도 모르고 들어갔다. 회사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일단 면접이나 보고 생각해 보라고 해서 에이 뭐 못하면 그 쪽에서 '짜르겠'거니 하고 속편하게 가서 '열심히 한 번 해 볼게염 '  했더니 오냐 한 번 해 볼래염 하고 붙여주더란 말이다. 그래서 들뜬 마음에 열심히 교육도 받고 월요일날 첫 출근을 했었더랬다.

내 스스로를 변호하자면, 내 몸이 이상해져 버릴 거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온 몸에 스물스물 벌레가 기어다니는 기분이었다. 이 이상 정확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그 날, 첫 출근날, 오전 9시부터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는데 똑같은 멘트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 너무 숨이 막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전화 받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멘트를 많이 준비하면 뭐해. 듣지도 않고 끊어버리는데. 그 때 깨달았다. 아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 이물감 가득한 이 이름만큼이나 힘든 일이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정확시 오후 두시 이십분에 조용히 헤드셋을 벗고 팀장한테 말했다. 도저히 저는 이 일에 적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죄송해요. 그랬더니 팀장이 그러더군. 안 맞는다는데 죄송할 필요까지는 없죠. 또 한가지 변명을 하자면 그 첫 날 나 말고도 세 명이 더 그만뒀다. 그래도 난 적어도 알리고 갔단 말이다. 그 나머지 세 명은 점심시간에 샤샥 빠져 나가 그 날 이후로 그들은 볼 수 없었다능...


그 날 집에 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아 . 그래도 일하기에는 학원이 낫겠구나. 작년에 최초로 강사 생활 시작한 학원의 그지같은 원장 부원장한테 너무 많이 데어서 이 놈의 학원 다신 안가야지 했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봤을 때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 치곤 이만한게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것도 선생님 소리 들으면서. ㅋㅋ.



3. 진상인 고객은 어디가나 있다.


강사가 괜찮은 직업군에 속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학생이 미성년자인 경우엔 학부모를 상대한다는 것, (이재에 밝은 빤한 장사꾼들이 아닌) 학생이 성인이라 하더라도 우선 배우러 오는 입장이기 때문에 상대에서 한 수 접고 출발한다는 점을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어딜가나 진상인 고객은 있게 마련. 학생 혹은 학부모 중에서도 노말한 두뇌 구조와 사회적으로 상당한 평균인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이해불가한 행동을 하는 인간들이 있다. 이들의 유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바로 회비의 오류(?) 혹은 거래의 오류(?)를 저지르는 부류이다. 이건 내 맘대로 갖다 붙인 이름이니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마시라.


뭐냐 하면, 이 사람들은 자기 통장에서 돈이 나가는 것만 생각하지 내가 내 노동력을, 내 시간을 교육 서비스의 형태로 지불한다는 사실을 잊는 것 같다. 즉, 자기들 돈 나가는 건 지출이고 내 서비스와 내 시간은 내 편에서의 (화폐 이외의 형태의, 일종의) 지출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하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이 사람들은 마치 돈을 내고 나라는 인간을 구매한 것처럼 , 무슨 노예하나 산 것처럼 행동을 한다 이 말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그 사람들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다. 나는 원장과 고용계약을 맺은 것 뿐이고 그 사람들은 학원(원장)과 강의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은 것 뿐이다. 그러나 어쨌든 원장을 단순히 재화의 재분배자적 입장으로 놓고 보았을 때 (물론 이 과정에서 이윤을 창출하겠지만, 어쨌든 원장은 강사에게 약속한 금액을 주는 거고 고객은 학원에 약속한 금액을 지불하는 거니까 편의상 그렇게 보는 거다.) 한 쪽에서는 돈을 주고 다른 쪽에서는 강의서비스를 제공을 하는 거니, 대략적으로 놓고 본다면 그 고객은 강사의 강의를 돈으로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어쨌든 진짜 웃긴 인간들은 머냐면, 내가 학원에 와서 학생을 기다리고 있으면 문자가 온다.
띠링. 선생님. 저 오늘 친구 생일이라서 못 가는데 토요일로 시간 바꾸면 안 되요?.
혹은
띠링. 선생님. ## 엄마입니다. 우리 ## 가 내일 야자한다고 늦는다는데 토요일 네 시에 보강해 주실 수 있으시죠?


그럼 나는 그 수업 하나하러 다른 스케줄 조정해서 화장하고 옷 입고 40분 걸려 학원에 왔다가 허탕치고 또 40분 걸려 집에 간 다음에 황금같은 주말을 빼서 그것도 오후 네시에, 네 시에 수업을 하러 다시 나와야 한단 말인가염? 그럼 주말 다 날아간건데? 일 주일 전에, 그것도 자신의 게으름과 방탕함과는 무관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못 오는 경우라면 모를까, 하루 전에, 한 시간 전에, 바로 직전에 성의 없이 문자 하나 딸랑 보내서 수업을 캔슬하는 건 또 뭐며, 게다가 토요일로 옮겨 달라는 부탁을 하는 건 또 무슨 경우냔 말이다.

내가 9월 21일 두 시부터 네 시까지 제공하기로 약속한 강의 서비스는 그에 해당하는 시간에 지불되는 페이에 대한 몫인 거지, 게다가 내가 지 과외 선생도 아니고 (과외는 얘기가 다르다. 출근을 해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업이 취소되면 적어도 그 시간에 다른 곳에서 다른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아무리 두 세 명 데리고 수업을 한다고 쳐도 지가 누구 생일날 놀러 가서 안 온 부분에 대해서까지 보강을 해 줘야 하냔 말이다. 그럼 낭비한 내 시간은 어쩔건데? 허공에 날아간 내 세시간 반은 어쩔 거냐고. 게다가 점심시간 까지 걸린 경우 내 식대는 어쩔거냐고.


물론 학원 방침상 그런 경우까지 강사가 보강을 해 줘야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원장님이 못 하게 할 뿐더러 하라고 그래도 난 분명히 안 했을 거다. '그럼 저 시간 외 수당 쳐 주시는거죠.' 물론 그 학생한테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당연한 거 아닌가. 어쨌든 실제로 보강이 이루어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정말 기분이 좋아서 봉사해 줄 때는 빼고.  


암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한국 사람들은 특히 서비스 이용 계약에 있어서 내 돈으로 상대방의 시간을 산다라는 개념이 부족한 것 같다. 내 쪽에서 나간 돈만 생각하고 그 돈에 대한 반대급부로 상대방의 시간이 출연된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거다. 내가 너네 집에서 먹고 자고 하는 니 가정교사니?


예전에 있던 학원에서는 원장이 풀타임= 노예, 즉 시간 외 수당이란 개념은 아예 밥처말아 드시고 아무때고 불러다 일 시킬 수 있는 시다 쯤으로 생각하는 무뇌충같은 경제 관념을 보여 주더니 소위 부자동네에 오니까 몇 몇 인간들이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아.



4. 예의 없는 인간들.

화풀이 시작한 김에 한 마디 더 해야 겠다. 예의범절이라는 게 어떤건가염 이라고 묻는 듯한 인간들이 있다. 누가 너보고 학교 선생님에게 보이는 존경과 감사를 보여달랬니? 누가 너보고 나를 지저스 크라이스트처럼 사랑해 달랬니? 그냥 생판 모르는 남에게는 안 할 짓은 나에게도 하지 말아달란 말이다. 내가 지 식구도 아니고 자기 생겨처먹은 그대로 있는 성질 다 부리고 숙제 안했다고 좀 싫은 소리 하면 펜을 집어 던지지 않나, 째려보질 않나, '뭐래' 요 따위로 말하질 않나, 암튼 별 아리따운 모습을 다 보여주신다. 누구는 성질머리 없어서 가만 있으며 성깔 부릴 줄 몰라서 너 같은 거 앉혀다 놓고 Do you agree or disagree with the following statement? " Universities should spend the same amount of money on students' social and sports activities as on their study or libraries 라는 웃기지도 않은 주제를 놓고 서른 문장짜리 토플 에세이 쓰는 법이나 가르치고 있겠어염?
물론 절대 학생 앞에서 화내지는 않는다. 있는 힘껏 상냥한 태도로 다만 온 눈에 내 메세지를 실어 그 아이를 바라볼 뿐이다. ' I'm doing this for money. DO YOU UNDERSTAND? The only reason I'm taking 
shit from you is because I want my FUCKING money. Did I make myself clear, asshole?'


5. 집에 가자.

쉬운 일은 없다. 청년실업이 오십만이네 백만이네 (수치는 잘 모르겠다만) 하는 시대에 어찌됐건 내 능력껏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것에 우선은 감사해야 겠지만 그래도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사람을이 많아서 하는 푸념이다. 이렇게라고 혼자 주절거리고 풀지 않으면 특정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내 마음이, 내 몸이 병날 것 같아서이다. 그렇다고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대고 하겠는가. 일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으며 이 정도의 스트레스도 안 받고 돈 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이 말이다. 게다가 듣기 좋은 꽃노래도 아니고 듣는 상대방은 얼마나 괴롭겠냐, 뭐 그 말이다.
Do you think YOU are the only person who has a life that sucks?

아 집에 가야지.
오늘 내일 아니 앞으로 2주는 D고 수업도 없으니 정말 한가하겠구만.
다른 part time이나 과외를 알아 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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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AYSTICK 2009/09/29 04:17 #

    영어 가르쳐 주세요~!^^
  • Scully 2009/09/29 16:03 #

    ...... ㅋㅋㅋ 배우실 게 어딨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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